남미의 페루와 에콰도르 근해에는 평소에는 한류가 흘러 수온이 낮은 상태로 있다가, 몇 년에 한 번씩 따뜻한 해수가 유입되어 해수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데 이와 같이 열대 동태평양의 광범위한 구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비하여 약 2~3도가량 높아지는 현상을 엘니뇨라고 한다. 이 말은 스페인어로 '작은 예수' 또는 '어린 사내아이'란 뜻인데, 이는 엘니뇨 현상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엘니뇨는 왜 생기는 걸까?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하여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분포는 보통 서태평양이 고온이고, 동태평양인 남미 연안은 남극의 물이 유입되어 저온이 된다. 이러한 저온 현상은 남극에서 유입된 물이 이 지점에서 솟아올라 항상 용승류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되어 유지가 된다. 이러한 해수면의 온도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름 아닌 대기 대순환이다. 대기 대순환 중 북위 30도 부근에서 적도 쪽으로 부는 무역풍은 정상적인 경우 남미 연안의 물을 서태평양 쪽으로 이동시켜 서태평양 쪽이 남미 연안보다도 40CM 가량 더 해수면이 높게 된다. 그러나 무역풍이 약해지면 서쪽의 난수층은 보통 때보다 얇아지게 되고 남미 연안의 동쪽 난수층은 두꺼워진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남미 연안의 용승현상을 약화시키고, 약해진 무역풍은 따뜻해진 동태평양 상의 물을 서태평양 쪽으로 이동시켜 중부와 동부의 적도 태평양 상의 해수 온도는 점차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무역풍의 약화가 엘니뇨의 발생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이 밖에도 동쪽으로 이동하는 해양파에 의한 에너지 전달 등도 엘니뇨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엘니뇨는 보통 4년에 1번 정도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2~7년 사이로 불규칙하게 발생한다. 특히, 최근 들어 엘니뇨의 주기가 더욱 불규칙하게 나타나고 있다. 보통 12월 말경부터 다음 해 3월경이면 끝나지만 때로는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엘니뇨의 평균적인 지속 기간은 18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엘니뇨가 우리 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엘니뇨 현상은 열대 대류권 상층의 고기압 편차가 파동이 되어 멀리 북미 대륙까지 전파되어 캐나다나 미국의 기후에 영향을 준다. 또한, 중동부 태평양을 중심으로 양쪽 반구에서 아열대 고기압이 강화되므로 중위도 편서풍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일본 부근의 대기도 엘니뇨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있음이 밝혀졌다. 엘니뇨로 인해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및 호주 북부지역의 강수량이 평년보다 매우 적게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약한 무역풍의 영향으로 수증기가 많이 포함된 공기덩어리가 동태평양 상에서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까지 이동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비를 뿌리기 때문이다. 반면에 적도 중앙 태평양, 멕시코 북부, 미국 서부와 남부, 남미 대륙 중부 등지에서는 예년보다도 많은 비를 뿌리게 된다. 그리고 알레스카와 캐나다 서부는 평년보다 고온이 되는 경향이 있고, 미국 남동부 지방은 저온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듯 엘니뇨에 의한 기상이변은 적도지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임을 알 수 있다. 기상학계에 의하면 엘니뇨 현상 발생 기간 중 우리나라에 나타나는 특징은 긴 장마와 여름 저온, 겨울 고온 등이다. 다만 이는 과학적 연구에 따른 것이 아니라 통계적 성격이 더 짙다. 통계적으로 여름철 장마 기간이 길어지고 겨울이 평년보다 약간 따뜻해지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엘니뇨의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한반도는 일종의 경계선에 있어서, 어떤 해는 강한 영향을, 어떤 해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반도 영향에 대한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겠다. 이처럼 엘니뇨는 지난 50여 년 동안 13회 발생하여 여러 가지 지구상의 기상이변을 일으켜왔다. 한편, 대기 과학자들은 최근 들어 엘니뇨가 연이어 발생할 뿐만 아니라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즉 엘니뇨가 82~83, 86~87, 91~92, 92~93, 94~95년에 이어 97~98년까지 합하면 15년 동안 무려 6회의 발생 빈도를 보이는 것과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에 의해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 기체가 대기 중에 방출되면서 금세기 들어서 전지구 평균기온이 0.6도 이상 상승한 최근의 지구 온난화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동남아의 가뭄과 산림화재, 인도네시아 비행기 추락사고, 파푸아뉴기니의 기아, 칠레의 10여 년 이래 최악의 폭설과 폭우, 보다 강해진 허리케인 등 엘니뇨 현상으로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에 의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엘니뇨가 이처럼 지구촌의 골칫거리로 등장했으나 엘니뇨 때문에 뜻하지 않은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많다. 캐나다 어민들은 미국 오리건주와 워싱턴주 태평양 연안에 나타나던 고급어종인 연어가 올해는 캐나다 앞바다로 대거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형 스모그'라는 오명을 남길 만큼 대기오염이 심각한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엘니뇨에 따른 강한 바람으로 오염물질이 빨리 날아가 여름 동안 비교적 맑은 하늘이 계속됐다. 캘리포니아 레돈도 해안에서 모래 포대를 만드는 업체들도 강한 바람으로 질 좋은 모래가 해안에 수북이 쌓이는 덕분에 인부들이 모래를 담는 속도가 40배 이상 빨라져 올해 매출액이 5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기뻐하고 있다. 잦은 엘니뇨 재난을 당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각종 재해보험가입도 늘어나 보험사들이 엘니뇨 특수를 누리고 있으며 지붕수리 업체들도 폭풍으로 부서진 지붕을 고치거나 재난을 우려해 튼튼한 지붕으로 개조하려는 사람들이 늘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엘니뇨로 인한 수개월간의 폭우로 페루 북부 사막 지역에 폭 40km, 길이 300km의 호수가 만들어졌다. 이 호수는 리마 북서쪽 세촐라 사막에 있던 2개의 석호가 엘니뇨로 인한 폭우 때문에 하나로 합쳐져 형성된 것이다. 이 호수는 엘니뇨가 선사한 뜻밖의 선물이다. 언젠가 물이 마르면 농사에 적합한 비옥한 토양이 광활한 지역에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최소 수년간 계속 호수의 형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학자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일부 해안 동식물군의 서식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칠레 남부의 아타카마 사막에도 많은 비가 내려 갖가지 꽃이 피어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자료출처:쉽게 배우는 기상학[교육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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